

이전에는 공부 잘 하는 법, 나쁜 습관, 특기 적성교육, 스마트폰 사용 등이 주로 부모님들의 상담 주제였다. 그러나 점점 거시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주제의 질문을 해주시는 부모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 자녀가 행복하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관심의 주제가 되고 있어서 뿌듯하다. 전에 상담 내용을 정리하다가 남은 이야기를 마저 해보고자 한다.
내담자 : 외적 동기보다는 내적 동기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어떤 것을 주의하면 좋을까요? 또는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요?
상담자 : 부모님의 기준으로 마음에 드는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을 하면 유아들의 행동 기준은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행동으로 맞추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외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유아기와 학령기에 칭찬받기 위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외부에서 보기에 착한 아이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 경우 양육자들은 비교적 쉽고 편하게 가르칠 수 있으므로 굳이 문제를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외적 동기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학령기에 배움이 즐거워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 점수 때문에 공부하게 되는 것도 본질을 벗어나 외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 행동주의 심리학의 연구로 인간의 행동을 개조하기 위한 강화 방법이 발표되면서 외적 동기를 극대화하는 토큰 강화를 교육에 적용하는 방법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이는 사람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마법 같은 방법으로 이곳저곳에 널리 퍼지게 하였습니다. 착한 행동을 하면 포도송이에 색칠하는 식의 보상으로 이 보상이 모이면 더 큰 보상을 준다는 식의 길들이기를 하였습니다. 이런 보상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므로 본질을 내면화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책을 1시간 읽으면 스마트폰을 1시간 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해서 독서를 독려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어린이는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 보상이 됩니다. 결국 스마트폰의 사용은 귀한 가치를 갖는다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독서는 자신의 소중한 스마트폰을 위한 도구이며 인내해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스마트폰이 이토록 소중한 가치인데 어른들은 마음껏 사용하면서 자신은 어른들의 권위에 기대어 비굴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권위에 대해서 점점 불만과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제 더 이상 외적 동기를 움직이던 보상과 강화는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점차 강도가 강해지거나 힘의 논리로 움직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미성년자는 보호를 받아야 하고 성인의 권위도 있어야 합니다.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성인의 권위도 지키려면 유아기부터 본질적인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독서가 즐겁다는 것과 새롭게 깨달은 것을 타인과 나누고, 토론하고 설명하는 것을 내면화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이 독서의 우위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더불어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성인들에게 반발심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내적 동기가 충만한 능동적인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 행동할 경험을 유아기부터 가져야 합니다. “와! 잘했어, 역시 최고야” 이런 식의 피상적인 칭찬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지만, 다음을 위한 동기가 생기도록 하지는 못합니다. “엄마를 도와주어서 고마워.” “네가 이렇게 만들기를 하고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면 뇌 발달이 훨씬 촉진되겠어.”와 같이 다음 행동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되는 상호작용을 해주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하니까 엄마가 고마워하시는구나. 앞으로도 밥을 먹으면 내가 정리해야지’. ‘이렇게 많이 생각하면 뇌가 발달하는구나. 앞으로 더 많이 생각해야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을 해주어야 합니다.
기 살린다고 무작정 칭찬하고 독서와 스마트폰처럼 바람직한 행동과 부정적 행동을 협상하는 것은 오히려 자녀의 인권위에 군림하려는 생각입니다. 자녀에게 정확한 표현과 관심을 주는 것이 내적 동기를 풍부하게 하는 것입니다. 부모님도 부모의 역할을 배울 기회가 없었고, 부모 역할이 처음입니다. 이해하는 것과 실천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 글을 읽고 이해가 되셨다면 하루에 한가지씩이라도 실천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유아기에 타인이 좋아하는 행동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눈치를 보게 하는 것입니다. 기를 살리려다 남의 눈치나 보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바른 행동에 스스로 논리를 찾고 사고할 수 있도록 유아기부터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사춘기 이전에는 착한 아이로 이렇게 눈치를 보겠지만 사춘기를 거치면서 스스로 조종받고 있었음을 깨달으면 그마저도 하지 않고 갈등을 겪게 됩니다. 지금 내 자녀가 몇 살이든 사춘기는 곧 현실이 됩니다. 지금부터 인격적으로 스스로 행동의 가치를 알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06. 15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