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결정의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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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얼마 전, 입학을 신청한 유아가 있었다. 그 어린이가 유치원 입학 직전에 입학을 취소했다고 담당교사가 보고했다. 그 이유는 어린이집을 떠나기 싫다고 울어서 어린이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부모만큼 내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사안을 존중해야 하고 어떤 사안에 단호해야 하는지 구분을 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며 부모로서의 지혜이다. 어린이들이 결정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에 대한 책임을 성인이 대신 해야 하기에 미성년으로 보호를 받는 것이다. 어렵고 중대한 결정을 하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하는 의무이기도 하다. 뒤집어 생각하면 부모가 자녀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자녀가 결정하는 대로 두는 것은 부모로서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부모는 자식을 무척 사랑하지만 때로는 자녀보다 자신들을 위한 결정을 할 때가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단호하게 자녀에게 통보하고 따르도록 해야 한다. 반면 부모에게 생계나 삶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닌데 부모가 놀고 싶어서 자녀의 일상을 깨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부모가 하자는 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충분히 존중해 주어야 할 일이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문제를 결정할 때 고려할 기준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발달에 적합해야 한다. 둘째, 교육내용이 적합해야 한다. 셋째 교육방법이 전문적이고 검증된 것이어야 한다. 넷째, 교육의 목적이 순수하게 학습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다섯째, 교육의 방향이 자녀가 살아갈 시대에 적합해야 한다.

이 기준에 비추어 입학을 취소한 부모의 결정을 검증해 보자. 첫째, 발달에 적합하지 않다. 어린이집에서 0.4 염도에 맞추어서 밥을 먹고, 당도는 규제하지 않아서 유치원에 늦게 입학한 유아들일수록 먹는 것부터 어리다. 먹는 습관도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므로 맞추어야 한다. 성장과 발달은 스스로 하는 것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다. 일상, 규칙적인 일과, 적절한 습관에 맞추어 생활하도록 교육기관과 가정이 일관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 기관, 귀찮으니까 보육교사들이 다 해주는 돌봄으로 가보지도 않은 곳을 거부 먼저 하는 발달단계였을 것인데, 이를 존중한다면 직무유기이다.

둘째, 유아들의 교육내용은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보육교사든 정교사든 수업을 내 유아들에 맞추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책자나 강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유치원과 똑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유치원도 할 말이 없다. 누리과정이라는 책자가 지금은 폐기 되었지만,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10년 전, 다급한 마음에 만들어 냈었다. 그 결과, 오히려 허접한 교재들에 면죄부를 준 모양새가 되었다. 유아기의 교육은 일상을 함께하면서 교사들이 교육내용을 만들어서 유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한다.

이는 세 번째로 강조한 교육방법의 문제와 연결된다. 책자와 강사가 절대 안 되는 이유는 유아들에게 같은 결과를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유아기의 교육은 일상 속에서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발달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어릴수록 발달의 편차가 크다. 발달이 빠른 유아들의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되며 발달영역 간 균형만 맞추어 주면 된다. 일정 부분 발달이 늦은 유아들은 좌절하지 않고 천천히 올라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넷째, 교육의 목적이 부모의 편의가 우선 되어서도 안 되고, 부모의 자기만족이 우선 되어서도 안 된다. 교육의 목적은 오롯이 학습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오래 돌보고 해달라는 대로 해주니까 어린이집을 선택하거나, 비싸고 폼 나는 것 같으니까 영어학원을 선택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두 선택 모두 유아들을 위해서는 최악의 선택이다. 앞서 말한 기준을 우선하여 자녀를 위한 목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 방향이 20년 후에 적합한지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기관을 선택해야 한다.

최근에는 유보통합 문제가 대두되고 교육부 장관이 6월 27일 7분 넘게 브리핑을 했다. 현재 각 집단의 이권 때문에 정부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여러 번 24개월과 60개월의 전환기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을 들으면서 알고 있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교사자격과 기관설립기준이 가장 큰 걸림돌이며 처음 시작부터 너무 다름을 알 수 있다. 자격 기준이 같아지면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도 유치원 교사만큼 개선하겠다고 하면서 0세에서 2세를 담당하는 영아 교사와 3세에서 5세를 담당하는 유아 교사로 나누어서 양성하는 계획도 있다고 했다. 입학을 취소한 그 유아의 부모도 이런 정보에 조금 민감했다면 결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오늘 제시한 교육 결정 기준이 부모들이 수없이 하게 될 교육 결정 순간마다 충분한 정보를 찾고, 생각하는 기준이 되어서 부모로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길 바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07. 07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