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성숲유치원에서의 졸업식이 벌써 열한 번째이다. 늘 부모들에게 인사를 받지만, 올해에 받은 손글씨 편지는 감동스러우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졸업식 날 수줍게 내 방문을 똑똑 두드리는 어머니에게 나가서 인사를 했다. 꼭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감사했다고 하면서 수줍은 듯 주머니에서 예쁜 편지 봉투를 건네었다. 3년 동안 조용히 늘 선생님을 믿고 선생님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는 승리 어머니였다. 승리는 아주 행복하게 잘 지냈던 어린이였다. 졸업식이 끝나고 편지를 열어보았다.

승리 어머니는 교대를 다녔었고 현재 교사라고 밝혔다. 승리가 유치원을 다니는 3년 동안 전혀 몰랐었다. 전혀 말을 하지 않고 마음으로 담고 있었음에 놀랐다. 아마 승리 어머니는 나와 교사들에게 부담을 줄까 배려를 했던 것 같다. 배려심에 감사, 기억 못 한 미안함, 아쉬움이 교차했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내용은 교육 효과를 기록한 내용이었다.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가족들이 들어주고 인정해 주는 환경에서 스스로 놀이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강조한 그대로 실천해 주었다는 것을 느꼈다. 집에 오면 유치원에서 했던 모든 것들을 스스로 다시 해보고 익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승리 어머니에게 문자로나마 감사하다는 표현을 전하고 싶지만 아직 전하지 못하였다. 어떤 이야기로 감사의 마음이 다 전달될지 고민이 된다. 오늘 승리 어머니의 편지를 공개하는 것은 승리처럼 집에서 스스로 놀고 혼자 익힐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공부란 건 누가 시켜서 하거나 남들보다 뛰어남을 자랑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즐거움 때문에 해야 한다. 즐겁게 받아들이는 과정과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선순환되어야 행복하게 발전하는 평생 학습자로서 기틀을 만들 수 있음을 모든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이 편지의 일부를 공유한 것이다. 교대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선생님이니까 이 선생님의 경험이 공감되길 바란다. 승리 어머니는 공교육으로 이제 돌아간다고 했다. 우리 유치원에서 느꼈던 것들을 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힘들고 갈등이 생길 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전달해야겠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5. 03. 06.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