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사교육은 인지발달에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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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유아기부터 우리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종이책 읽기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어머니들은 교육열의 방향을 잘 못 정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산업이 ‘공룡화’되었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시장을 장악한 대형 학원이나 기업형 교육업체를 사교육 공룡이라고 이야기한다.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로 대형 사교육 기업과 정치·언론·정책·공교육의 교사까지 얽혀 있는 비리가 밝혀지기도 한다. 사교육을 하는 연령이 낮아져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유아 사교육의 규모와 그 영향에 대한 첫 번째 본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원자료를 찾아보았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의 사교육 경험은 인지발달이나 언어 발달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제 해결력, 언어 능력, 집행 기능 등 주요 인지 지표에서 사교육 경험과 긍정적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서와 행동 특성 측면에서도 사교육 경험이 유아의 긍정적 정서나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려웠으며, 오히려 사교육에 과도하게 참여한 아동은 자존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초등학교 이후의 학업 능력이나 사회성 발달 측면에서도 유아기의 사교육 경험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없었다. 오히려 과도한 사교육은 놀이와 휴식의 기회를 빼앗아 아동의 전인적 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해서 우리 사회 부모들의 사교육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연구나 데이터보다 옆집 아주머니 이야기나 학원 상담사의 영업력이 우세하며, 부모 자신의 판단이 곧 전문가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살아나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또한 이미 오래전에 현실과 동떨어진 공염불이다.

나는 이런 연구 결과와 나의 경험으로 진심 어린 주장을 하고 싶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교육(가르치고 싶은 것을 주입하는 교육)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을 멈추고,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중심에 놓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하며. 미래를 직시하고, 아동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독서와 대화를 하는 부모님이 되어주세요.” 연구자로서 나의 영업 실력은 형편없어서 부모님의 마음을 흔들지 못할 것이다. 이 연구 결과와 제언에서 나와 생각이 다른 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 연구에서 밝히고 있는 결론과 제언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 생각할 시간을 갖고자 한다.

📌 결론 요약

    • 사교육 참여율과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
    • 학습 사교육뿐 아니라 예체능 관련 사교육도 활발하며, 부모의 소득, 학력, 거주 지역에 따라 다름.
    • 부모는 자녀의 흥미와 적성을 이유로 사교육을 시킨다고 응답하지만, 실제로는 학습 사교육 비율이 높음.
    • 일부 초기 학업 수행능력 향상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중장기적 효과는 없음.
    • 예체능 사교육은 사회성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
    • 반면, 학습 사교육은 자존감 저하 등 정서적 측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모든 사교육 횟수지속 기간이 길수록 부정적 정서·행동 특성(불안, 우울, 위축 등) 증가.
    • 아동의 언어 능력문제 해결력·집행 기능과 사교육 경험 간의 유의미한 관계는 없음​.

📌 제언 요약

    • 영유아 중심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 흥미적성 중심의 공공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부모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공교육 환경 조성.
    • 사교육 기회 격차 완화.
    • 농어촌지방 중소도시 지역에 공교육 인프라 확대.
    • 사교육 과잉 지역에는 부모 불안 완화를 위한 컨설팅 및 가이드 제공.
    • 부모 수요 기반 정책 설계.
    • 정부는 단순한 사교육 경감보다 부모의 실제 요구(질 높은 방과후 활동 등)에 근거한 정책을 수립해야 함.
    • 부모 대상 교육 및 정보 제공 강화.
    • 사교육의 실제 효과와 한계를 알리는 과학적 정보 제공.
    • 언론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지속적이고 현실적인 소통 강화.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5. 05. 04. 교육이야기

참고문헌

김은영, 구자연, 김지원, 김혜진, 조숙인, 김재철, 김종근, & 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2024).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보고서 MR2406). 육아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