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학습자상을 길러내는 급식의 힘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칼럼칼럼

잡채 컵밥으로 미국에서 성공한 한 CEO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성공의 비결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처음 잡채 컵밥을 만들었을 때 손님들이 많이 남기길래 직접 쓰레기통을 관찰해 보니, 양파와 버섯 같은 재료가 거의 다 버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후에는 그런 재료를 빼고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만 구성했더니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소비자 중심으로 접근하려니 그렇게 해야겠구나’라는 공감을 했다.

그러나 곧 유아 교육과 급식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유아들의 급식은 요식업 사장처럼 손님의 입맛을 맞춰 성공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평생에 걸쳐 유지될 바른 식습관을 형성하고, 나아가 성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따라서 유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급식을 구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요즘 학교 급식이 점점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유도, 만족도 조사와 잔반량을 영양사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맛이 없게 만들어 억지로 먹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아와 학생들이 즐겁게 먹으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직접 커가는 것을 지켜보고 따온 호박잎쌈은 먹게 된다.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고민은 단순히 급식을 잘 먹게 하는 문제를 넘어, 교육 철학을 얼마나 충실하게 지켜 나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가지를 아삭하게 조리하면 학생들이 잘 먹지만, 항상 그렇게 맞추지는 않는다. 전통 나물 그대로 내놓기도 하고, 어린이들이 덜 먹더라도 다양한 맛을 경험하게 한다. 중요한 건 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태도다.

환경 운영도 같은 철학을 따른다. 석성숲유치원은 화려한 교구를 늘리지 않고 숲과 자연 자체를 교실로 둔다.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지만, 천 평이 넘는 숲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든다. 그 속에는 본질을 택하는 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 지속 가능성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IB학습자상 중 급식을 통해서도 열린 마음(Open Mind), 원칙을 지키는 사람(Principled), 사고하는 사람(Thinkers), 성찰하는 사람(Reflective) 등을 익히는 계기가 된다. 교육은 소비자의 일시적 만족을 채워주는 서비스가 아니다. 급식은 교육이므로 건강한 식습관, 지속 가능한 감수성, 관계는 포용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5. 09. 15.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