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있는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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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반찬으로 가시 있는 고등어구이가 나왔다. 요즘 학교나 유치원 급식에서는 대부분 ‘가시 없는 고등어’를 쓴다. ‘어린이용’이라는 이름 아래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한 순살 생선이다. 어린이 목에 가시가 걸리는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안전 논리와 관리의 편의성이 만난 결과다. 하지만 나는 어린이들 앞에 기꺼이 ‘불편한 고등어’를 제공했다. 식사를 마치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오늘 고등어 맛있었나요?”, “전에 먹던 것과 비교해서 맛이 어땠나요?”, “선생님의 입장에서 가시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중에서 무엇을 주고 싶을까요?”, “왜 선생님은 오늘 가시가 들어있는 고등어를 여러분에게 주었을까요?” 학생들은 고등어에 가시가 있었다는 것과 전에 먹던 고등어보다 더 통통하고 부드럽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가시가 없는 고등어를 더 선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맛이 좀 없어도 안전한 것을 좋아 할 것이라는 추측도 했다. 나는 학생들과 함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시’라는 불편함을 택한 의미에 관해 토론했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많은 것을 대신해 주는 시대다. AI는 정답을 찾아주고, 지식을 요약하며, 복잡한 계산을 수행한다. 하지만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직접 만지고, 느끼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는 ‘살아있는 경험’이다. 가시를 조심스럽게 골라내는 경험은 단순히 식사 기술을 넘어, 오직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감각의 영역이다. 내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핵심은 분명하다. 편리한 기술과 서비스가 세상을 메울수록, 우리는 인간으로서 직접 해보는 경험을 더 많이,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시를 골라내기 위해 손끝에 집중하고, 뾰족한 가시를 가려내는 조심성을 발휘하며, 온전한 살코기를 얻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 인내를 배우는 것,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AI는 느끼지 못하는 미각을 즐기는 것은 데이터로 처리하는 논리가 아니라, 인간이 온몸으로 체득하는 생명력이고 경쟁력이 될 것이다.

편리함의 대가로 어른들이 미리 다듬어 놓은 ‘완제품’만을 소비하게 된다면, 어린이들은 스스로 보호하고 세상을 살피는 감각을 잃게 된다. 가시를 발라내는 서툰 손길이 반복될 때, 어린이들은 비로소 제힘으로 삶의 문제를 다루는 ‘인간다운 힘’을 기른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넘어질까 봐 미리 치워준 실패, 어려울까 봐 대신 해결해 준 문제 속에서 어린이들은 ‘스스로 해보는 근육’을 상실한다. AI 시대일수록 교육은 더 본질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어린이들이 직접 부딪히고 느끼며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가시를 발라내는 이 시간이 조금은 귀찮고 위험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기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인간만의 고귀한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라고 느끼길 바란다.

진정한 교육은 어린이 앞의 가시를 완전히 없애주는 일이 아니다. 조금 불편하고 서툴더라도, 삶의 가시를 스스로 조심스럽게 발라내는 법을 배우며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존엄과 성장을 실천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보호라는 울타리가 성장을 가로막는 벽이 되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어린이들에게 기꺼이 불편한 식탁을 감수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6.05. 20.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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