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땅에 농사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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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교육을 도입한 이후 교실에서 발견되는 가장 극적인 변화는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질문을 설계하는 깊이와 탐구 과제를 도출해내는 역량이 확연히 달라졌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대신 어린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는 명제는 이미 구성주의 철학에서 확립된 바 있다. 그러나 IB는 이를 구현할 구체적이고 명확한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얼마 전 수업에서 학생들이 조선 후기 농지 개념의 변화와 부농, 그리고 임대 농업의 발생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가 끝난 후, 이 내용에 대해 의문이 생기거나 함께 토론하고 싶은 주제로 질문을 만들어보도록 유도했다. 이미 4달 가까이 질문 만들기 과정을 강조하고 연습해온 덕분인지, 어린이들이 내놓는 질문의 깊이가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새롭고 날카로운 질문의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다.

이번 수업에서는 한 학생이 매우 본질적인 의문을 던졌다. “왜 힘들게 돈을 내고 임대를 해서 농사를 지어요? 그냥 다른 빈 땅에 가서 농사를 지으면 되지 않아요?”라는 질문이었다. 이 단순한 질문은 많은 지식이 있으면 오히려 생각도 못했을 질문이지만 학생들 각각의 수준에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다면 왜 굳이 임대 농업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 함께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교실은 순식간에 뜨거운 탐구의 장으로 변했다. 어린이들은 그동안 축적해 온 지식을 자발적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한 학생은 국가의 규칙에 대해서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토지 소유권의 개념을 연결 지었고, 또 다른 학생들은 인간의 사회성, 농업이 성립되기 위한 지리적 조건 등을 언급하고, 질소비료의 혁신이 가져온 인구 변화 등 자신의 지식수준에서 논의를 확장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연령이 낮은 학생들은 나름대로 이해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감자를 심을 때 미리 밭을 가꾸어야 자라는 것처럼 아무 곳에서나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정도로 설명은 가능했다.

교사가 정답을 주입했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었을 깊이 있는 배움이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창조하고, 그 질문을 매개로 서로의 지식을 나누며 생각을 확장하는 경험이야말로 살아있는 진짜 교육이다. 그러면서 부농이 되고 싶은지 임대농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고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학습자 상을 찾아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6.06. 19.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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