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은 왜 교과서가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유아기는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시기가 아니며 발달단계상 같은 연령이라도 각각의 관심과 발달속도가 다른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연구과정에서 교재업체들의 문제를 알게 되었다. ‘교재를 안 할 수 없다. 교재 안하면 뭐를 하는가?’ 라고 생각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치원의 운영방식에 적잖이 놀랐다. 유아들이 하는 교재는 교과서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충분한 연구를 거치지 않고, 연구인력 구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나 역시도 교사들의 업무를 줄이고 싶어서 개원 전에 교재와 비슷한 것들을 만들었었다. 뻔히 알면서 나도 실수를 한 것이다. 모두 같은 내용과 지시적인 활동에 유아들이 흥미를 갖지 못해서 바로 실수를 깨닫고, 지금 그 책자들은 유아들이 오리기 자료로 가지고 놀고 있다. 진짜 의미 있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습자가 생각하고 느끼는 내용이 제공되어야 한다.
만4세 어느 반 이야기이다. 동요 부르기를 마치고 화장실에 가기 전에 동요 속 글자에서 자신의 이름에 있는 자모음을 찾아보는 활동을 하였나 보다. ‘유아들이 자신의 이름 속에 있는 글자를 찾으며 즐겁게 활동하였다. 자음과 모음의 차이를 알고 분리할 수 있도록 놀이종이를 제공해 주어야겠다.’ 라고 교사가 평가를 써놓았다. 이 글에 대한 나의 환류는 다음과 같았다. ‘교육은 이렇게 교사와 유아가 함께 느낀 활동이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초중등교육과정에서도 교과서 없는 나라도 있고, 점차 교과서의 범주가 달라지고 있지요. 생활과 연결되어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가게 됩니다.’
만3세 어느 반은 ‘유아이름 교구를 만들어 주니 정말 좋아하며 친구들의 이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이 평가에는 ‘상품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지요. 우리 반의 의미를 부여한 좋은 교육자료입니다.’ 라는 환류를 달았다. 또 다른 만4세 이야기이다. 아직은 학기 초라서 유아들의 규칙정하기가 끝나지 않았나보다. 어느 학급이나 교사 바로 옆에서 누가 밥을 먹을 것인지 분쟁이 일어난다. “나도 여기 앉을래.” “아니야 내가 먼저 왔어.” “우리 가위 바위 보해.” “그래도 나도 여기 앉고 싶어.” “이렇게 끝이 안 날 때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 하는 것은 어때?” 이렇게 해서 점심시간이 토론으로 이어졌고, 그날 결말을 못 내어서 다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재, 진도, 강사의 수업이 있었다면 급하게 교사가 정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밖에 없다. 교육은 이렇게 상황에 따라서 깊이 있게 진행해 가는 것이 맞다. 모두 이렇게 교육을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편리함을 찾는데, 이렇게 실천해 주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이 정말 정말 고맙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3. 19.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