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께서 수업을 보시면서 많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했다. 단 한분만 이렇게 자유롭고 산만하게 수업을 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을 하셨다. 우리의 수업방법은 매번 다르고 물론 유아들도 모두 기질적으로 다르다. 어떤 어린이는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어린이도 있고, 어떤 어린이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두 경우 모두 유아기에는 실컷 놀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선이다. 학교에 가면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니까 유아기부터 가만히 앉아있도록 습관을 들이겠다는 것은 발달단계를 무시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집중하고, 학습하는 것일까? 선생님은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던져주고,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지식구성의 역동성이 필요하다. 뇌 과학 분야가 발달하면서 유아는 물론이고 학령기 아동까지 신체 움직임과 수, 문해가 결합될 때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 수준의 국가라는 핀란드는 이런 최신의 이론들을 빠르게 적용하고 그 결과 늘 최 상위권을 놓지 않고 있다. 혁신적 수업의 일례로 LUMA(핀란드 과학·기술교육 포털)센터는 ‘움직이고 계산하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수학교육 방법을 학교 교재에서가 아니라 야외활동과 체육을 통해서 하자는 것이다. 교사 사투 멜키에(Satu Mälkiä)는 “자연에서 공부하는 것은 학생들이 취할 수 있는 신체적 자세를 비롯하여 교실에서 학습하는 것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이는 아이들에게 학습을 위해 촉각을 활용할 기회를 주며 책에 코를 파묻고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다.” 라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첫째, 핀란드는 교육우선의 사회분위기를 가진다. 둘째, 핀란드는 형식적인 시험이 평생 한번 뿐이다. 셋째, 교사는 대학교수와 같은 수준의 대접을 받는다. 하나하나 비교해 보자. 첫째, 교육에 적합한 것이라면 어떤 집단의 이권이나 당리당략에 좌우되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과연 우리는 그러할까? 둘째, 시험이 한번 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의 수능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전혀 아니다. 대학가기 전에 치르는 것은 맞지만 교사들이 수기로 채점하는 시험이다. 이전에는 점수라는 것이 전혀 없이 교사와 학생간의 수업에서 각자의 현재 능력을 바탕으로 발전시킨다. 그렇게 해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늘 1위를 차지한다. 우리는 초등학교이전부터 공부가 아닌 시험 준비를 한다. 학교는 물론이고 학습지 교사까지 빨강색으로 O, X를 마구 사용한다. 정‧오답으로 이미 가능성을 제한하고 가치평가를 한다. 우리도 PISA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하지만 행복지수 꼴등, 학업발전 가능성 꼴등을 함께 차지한다.
성인들이 알게 모르게 하는 말과 사고가 유아들의 자존감을 좌우한다. “와 잘했다. 넌 역시 최고야.” 이 어린이는 잘해야 한다. 그래야 최고가 되고 사랑을 받을 가치 있는 어린이이다. “야 예쁘다. 공주 같은 딸이네. 얌전하기도 하네” 이 어린이는 예뻐야 하고 그림처럼 얌전할 때 가치 있는 어린이가 된다. 그러나 모든 유아들은 어른의 눈에 적절하지 않아도 사랑받아야하고 가치 있는 존재이다.
셋째, 교사들이 수업을 유연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배워본 경험이 없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전달할 지식은 충분하지만 수업방식이 존중과 연구에 기반하기보다는 답습하는 것이 문제이다. 어쩌다 보니 핀란드의 교육을 극찬하는 시간이 되었다. 핀란드는 너무 경쟁이 없는 것과 공부를 지속하려는 인구가 주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완벽한 사회나 완벽한 교육은 없다. 그러나 부모와 교사의 교육관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회적인 환경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부모와 교사가 깨어서 최신의 연구결과를 반영한 교육방식을 찾아야 한다.
행복하고 공부 잘 하는 아이, 행복하지만 시험 못 보는 아이, 불행하고 시험 잘 보는 아이, 불행하면서 공부 못하는 아이로 나눈다면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지 순위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유아기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행복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가 목표라면 유아기에는 공부가 무엇인지 뇌 사용설명서를 알려주어야 한다. 유아기부터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시험 잘 보는 아이로 키우려면 반복과 습관을 기르면 된다. 그러나 공부는 다르다. 공부는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뇌 사용설명서를 알아야 한다. 이 설명서는 정서에서 나온다.
공부가 아닌 시험 잘 보는 아이들이기에 행복지수 꼴등, 학업동기 꼴등임을 잊지 말자. 내가 기르는 유아들이 초등학교에 가서 시험을 잘 보는 아이들이 아니라 끝까지 공부하는 사람으로 자라야 함을 흔들림 없이 지킬 것이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논어의 한 구절이다.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간단하게 풀이하면 이런 뜻이다.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공부가 고문인 듯 생각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시험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행한 것이다. 우리 유아들이 즐거운 것은 공부를 안해서가 아니다. 스스로 배우고 즐거움을 찾는 뇌 사용방법을 알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05. 27.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