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학부강의를 할 때는 가능한 하지 않으려고 하는 교수-학습 방법이 속칭 팀플이라고 하는 모둠과제이다. 교수자가 혼자 일방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참여와 사전준비를 이끌어낸 후에 교수자의 지식과 만나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교수법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내가 이 모둠과제 발표를 기피하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점점 학생들 간의 갈등과 하는 사람만 하는 모습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교육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써 이 현상이 의미하는 것을 그저 학생들의 게으름, 이기심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하며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유치원 태권도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연구주제를 보며 ‘아~~ 이것 이구나’ 했다. ‘사회적 태만’이 연구주제라고 했다. 사회적 태만은 어떤 집단내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노력으로 무임승차하는 현상을 일컫는 개념이다. 선행연구들이 밝히는 이 현상의 원인은 자발성, 내재적 동기의 결여이다. 다른 보상이 받고 싶어서 하는 것이 외재적 동기라면 내재적 동기는 누가 보든 안보든 스스로 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혼자하면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외재적 동기이다. 반면 모둠공부에서도 그 주제를 탐구하는 것이 좋아서 누구나 참여한다면 그건 내재적 동기가 된다. 내재적 동기가 없기 때문에 생색나지 않는 모둠공부는 대충하는 것이 사회적 태만이다. 그런데 우리 태권도 선생님이 연구주제로 이것을 택한 이유가 더 흥미로웠다.
“유아들이 모두 재밌게 활동 했는데, 자유놀이 시간을 주면 더 좋아하고 모두 협력해서 놀이를 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유아들은 정말 그렇다. 잘 논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없고 어차피 뛰고 움직이는 활동이라는 점에서는 태권도 선생님이 준비한 활동이나 유아들의 놀이나 마찬가지 이지만 그래도 자유놀이를 더 좋아한다. 연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놀이의 기본 요소가 자발성이기 때문에 놀이과정에서는 사회적 태만이 일어나지 않고 모두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추측된다. 사회적 태만은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국외연구 2편 밖에 없다고 한다. 유아들이 놀이를 하는 과정에 교사가 참여함으로써 신체 동작과 운동을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길 간절히 바란다.
창의성을 구성하는 하위요인은 학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어떤 학자도 예외 없이 독창성과 문제해결력은 포함한다. 독창성과 문제해결력이 있어야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독창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은 생각을 말해보자.”고 격려해주고 그 의견을 수용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문제해결력을 위해서는 문제를 먼저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군가 주는 문제를 풀기만 하는 것이 문제해결력이 아니기에 관찰과 애정이 선행되어야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관찰과 애정은 자유와 여유에서 나온다. 급하게 교사가 준비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유치원에서 특기교육을 4가지나 하고 있는 것이 늘 뭔가 걸린 듯한 느낌이었다. 모두 즐겁게 ‘놀이 식’ 으로 한다고 하지만 어쨌든 놀이는 아니기 때문에 유아들의 놀이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이었다. 태권도 선생님의 연구로 유아들의 유아체육과 태권도 시간이 온전한 놀이가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06. 08.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