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봄반의 어느 기록이다.
00이가 등원하며 커다란 가방 두개에 재활용품을 가득 채워 들고 온다.
T: 00아! 오늘도 재활용품 잔뜩 가져왔네!
00: (부끄러운 듯 웃는다.)
00이의 가방 속에 00이가 만들어서 가져갔던 재활용품들이 들어있다.
T: 어머 어머니께서 00이가 만들어 가면 다시 이렇게 부셔서 보내 주시는 거야?
00: 네
T: 어머니 정말 감사하다.. 00이도 같이 부셔?
00: 네
T: 그럼 안 속상해? 00이가 만든거 부수잖아.
00: 다시 만들 수 있잖아요.
T: 오~ 00대단하다~
00: (부끄러운 듯 웃는다.)
담임교사의 의견 : 00이 어머님은 매주 재활용품을 한 가득 보내주신다. 감사하다고 연락도 따로 드렸는데 이번 주는 두 번이나 가져와서 어떻게 이렇게 많이 보내주시나 보았더니 00이가 만들어서 가져가는 것을 다시 일일이 부숴서 보내주시는 거였다.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재활용품 만들기의 과정을 00이에게 이야기 해주시고 집에서 작품을 다시 부셔서 보내주시는 것에 참 감사하다.
원장의 환류 : 재활용 만들기는 유아들 스스로 부담 없이 만들어볼 수 있고,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대해서 집착하거나 사고과정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발전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 여러 날 기다리며 완성하는 집중과 발전 등의 가치를 가집니다.
이번 주에 물이라는 주제를 하면서 보존개념을 검사해 보았다. 보존개념은 20세기 발달심리학에 한 획을 그은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장 피아제(Jean Piaget, 1896~1980)에 의해서 발견된 이론중 하나이다. “다시 만들 수 있잖아요” 라고 생각할 수 있는 00이는 만 3세지만 보존개념이 형성되어서 가역적 사고가 가능한 유아이다. 검사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피아제에 의하면 보존개념이 만 7세에서 10세 사이에 발달한다고 하였는데 지금부터 약 50년 전의 이론이니까 현재는 좀 달라지고 있나보다. 그런데 양보하고, 기다리고 하는 것을 잘하는 유아들이 모두 보존개념이 발달한 것이 아니어서 놀랐다. 지금 우리 유치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이전의 이론을 흔드는 것이다. 왜 그럴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피아제의 시대와 달리 사회관계, 교사와 엄마의 지도가 사회적 기술을 학습하도록 한 듯하다. 그렇다면 나는 유아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양보와 자기 작품 해체하기를 강요한 것은 아닐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당위에 의해서 하는 것이라면 스스로 느끼도록 환경만 조성해 주어야겠기에 또 하나의 연구과제가 생겼다.
어쨌든 유아들이 무리 없이 만들고, 부수고, 다시 시작하도록 하는 습관은 행복, 창의성, 인성과 관련된 모든 발달에 도움이 된다. 유치원과 함께 애써 주신 부모님들께 감사하다.
보존개념은?
보존개념이 발달하지 않은 유아는 같은 양의 물을 다른 그릇에 붓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어도 양이 다르다고 한다. 같은 수의 구슬을 두 줄로 놓았을 때 간격이 다르면 간격이 넓어서 긴 쪽이 더 많다고 한다. 보존개념의 발달은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 유아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는가 하는 지표가 되어준다. 유아의 발달을 이해하고 마음을 읽어주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성인의 이해가 중요하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06. 30.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