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세계 최고를 방해하는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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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아들이 지난 주 북극곰을 핵심어로 환경에 대한 활동들을 하였다. 모두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을 하면서도 늘 불편한 마음이 든다. 우리 유아들의 힘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겠는가? 아무 생각 없는 선대의 행동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은 우리 유아들인데…. 하지만 우리 유아들이 지구를 지켜야 하는 시대에는 의식있는 행동과 정책을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이번 주 이틀 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나는 일이다. 우리나라 대기질에 대해서 정말 믿음이 가는 설명을 하거나 솔직하게 대책이 없음을 인정하는 국가 기관도 없다. 가습기 청결제 사태도 벌어진 일에 대해서 왜 기업만 재판을 받는 것인지 화가 난다. 책임져야하는 국가기관은 없는 것일까?

첫째 에어코리아의 대응이 화가 난다. 하긴 이미 망가진 공기를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해서 민원을 받아들이는 자세라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에어코리아에 질의를 했었다. 기흥구는 미세먼지 농도를 신갈오거리와 기흥구청 앞에서 측정을 한다고 했다. 원래 가장 심각한 곳에서 측정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유치원은 다르니 와서 측정을 좀 해달라고 했더니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다. 연구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자신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없으니 알아서 찾아보라고 했다. 정말 찾아 보았지만 세계가 속수무책이니 속 시원한 연구결과가 있을 리 없었다.

둘째,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교육청의 대응이다. 교육청에서 밖에 나가지 말라고 문자를 한다. 그렇다면 교실은 안전하다고 확신 하냐고 질문했더니 그건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석면으로 교실을 시공하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그 시대에는 안 된다는 규정이 없었으니 책임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 불안하면 휴교령을 내려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랬다가 민원이 쏟아질까봐 그럴 용기는 못 내고 더 심각할 것이 뻔한 교실에 유아와 학생을 가두어 두다니 참 답답하다.

사실 교실의 미세먼지 농도가 실외에 비해 40배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있었다. 그 때 확보해 놓지 못하고 나중에 찾았더니 싹 사라졌다. 한번 공개한 자료도 지워버리는 경험을 여러 번 해놓고 그때 다운받아 놓지 않은 나의 실수이다. 국가교육과정에서는 한 시간 이상씩 밖에 나가야 한다고 명시해 놓고 그것을 대책이라고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결국은 모두 내 책임이다. 늘 유아들의 입장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의사결정을 소신 있게 할 수 밖에 없다. 세월호의 문제도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키워주지 않고 상명하복식의 문화가 익숙한 교육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더불어 이 나라의 교육자들이 학생들을 위하여 정의롭고 용감한 사람들이기를 바란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몇 명의 사람에게 국정은 농단 되었지만, 유아들이 주인인 교육기관에서 부모님이나 교육자들이 이권을 챙기는 교육 농단은 없어지길 바란다.

가정에서도 미세먼지 측정기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우리는 담당교사가 늘 측정을 하고 있다. 안전담당 부장이 있다고 했더니 교육청에서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그 동안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은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나 보다.

우리 유치원은 해발고도가 분지인 동백 시가지보다 월등히 높다. 운전을 하면서 시가지를 지나면 뿌연 공기가 눈에 보일 정도이다. 그런데 유치원에 올라오면 그런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원인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우리 유치원은 발표되는 대기질 보다 늘 좋은 편이며 11시에서 2시 사이가 가장 좋은 편이고, 오후가 되면 조금 나빠지기도 한다. 나무 사이로 가면 한 단계가 더 좋아지기도 한다. 측정기를 믿든 못 믿든 늘 바깥놀이를 하는 우리 유치원은 미세 먼지가 심하다고 하는 날엔 황사마스크를 착용한다. 유아들은 답답해 하지만 끊임없이 설득하니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숲에서 측정한 결과는 황사마스크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측정결과라서 그냥 놀도록 하고 싶지만 그래도 측정기에 황사마스크를 씌우고 측청해 보면 정말 깨끗하게 나와서 이중 안전장치를 하려고 한다.

교실의 미세먼지도 늘 보통정도이다. 미세먼지가 우리 유치원 바깥에 가득하다면 교실은 당연히 더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강제 배기를 시키고 문을 닫는다고 해서 유아들이 움직임이 있고, 옷에 묻은 먼지가 있는데 물걸레 들고 다니고 집에서 청정기 틀어 놓은 것처럼 깨끗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유아들을 꼼짝 못하게 할 수도 없다. 할 수 없는 일은 못한다고 밝히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 유치원처럼 바깥놀이를 하고 싶다는 기관이 있다. 하지만 공부하지 않고 섣부르게 하는 것은 반대이다. 섣불리 자연에서 놀도록 하면 처음에는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천천히 근육도 단련이 되어야 하고, 햇볕에 어릴 때 노출되어서 나타날 수 있는 열화상이나, 성인기 노화를 막기 위해서 차단제를 사용하는 습관도 길러져야 하고, 우리 유치원 부모님들이 챙겨주시는 신발, 옷, 장갑, 마스크 등등 챙길 것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기관들과 우리 유치원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올해는 이런 일로 전화를 하거나 질문하는 부모님들이 거의 없다. 참 다행이다. 부모님들도 대책이 없으니까 답답해서 그러시겠지만 유치원도 국가도 대책은 없다. 세계가 대책이 없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우리 숲을 믿고, 해발고도를 믿고, 마스크의 기능을 믿을 수 밖에 없으며, 교실은 어떤 방법으로도 외부보다 더 깨끗한 곳이 될 수 없다는 진실을 알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유아들이 자연에서 놀이하면서 얻는 것이 훨씬 많기에 바깥놀이를 양보할 수 없다. 난 우리 유치원을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좀 민망하기에 늘 농담처럼 말하지만 내 마음에서는 진심이다. 우리 유아들은 정말 세계 최고이다. 그리고 우리 교사들은 힘든 만큼 자긍심이 있다. 최고의 유아들과 교사들을 위해서 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연구하고 검증하고 자주적인 판단을 하려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 유치원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7. 01. 20.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