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동안 200명이 넘는 유아들을 책임지면서 한유총, 교육청의 요구에 내 결정이 시험당할 때가 많았다. 교육청의 요구는 유아들을 위한 명분과 목표가 있었기에 번거롭더라도 대부분 수용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처음학교로’시스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받고 있다. 목적과 목표가 불분명하고 학부모의 교육철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우리 유치원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무작정 따를 수가 없다. 우리 유치원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우리 유치원에 ‘처음학교로’가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95%였으며, 누가 혜택을 받는 지에 대한 질문에는 국공립교원이 68%, 국공립을 선택하는 학부모가 65%, 유아가 7%, 사립교원 & 학부모가 23%였다. 중복응답이었는데 이정도로 의견이 수렴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교육부는 이렇게 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하면서 목표와 목적에 부합되는 것인지 설문 한 번 하지 않았다. 국민신문고에 질의를 하였으나 답변이 2018년 11월 29일 23:59:59로 보류된 상태이다. 나의 질의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 ‘처음학교로’ 에 대한 질의 (국민신문고 질의 내용)
본 유치원은 입학 필수 조건으로 학부모님이 교육설명회 참석이후 교육과정에 동의를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이 조건을 맞출 수 없어서 ‘처음학교로’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결 방법이 있다면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유치원교육과정 특수성
본 유치원은 그 동안 숲에서 바깥놀이를 하겠다는 설립목적을 지키기 위해서 교재도 영어도 하지 않는 ‘이상한’ 유치원으로 학부모, 한유총과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교육청의 장학관, 장학사님들께서 힘이 되어 주셨는데 ‘처음학교로’ 정책에 참여하지 못하여 마음이 무겁습니다. 불참 이유를 작년부터 ‘교육부’에 답변을 드리고 시정을 요청했는데 시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주말까지도 독려문자가 올 정도로 강력한 독려상황을 맞아 이유 없이 불참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30년 전 개포동 D유치원에서 밤샘 줄을 서다 할머니께서 변고를 당하신 현장에 근무했던 경험 때문에 학부모가 불편한 입학절차는 과시욕이며, 지양해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본 유치원은 개원부터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교육설명회에 참석하면 다시 방문하는 일이 없도록 입학희망자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가정으로 돌아가서 충분한 논의 후 정해진 기간에 온라인상에서 지원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학생 동생이 아니면 지인의 자녀도 특혜는 없습니다. 또한 부모님의 확실한 철학 없이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선택권의 문제도 없다고 판단됩니다.
처음학교로는 ‘보호자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편리하게 정보를 검색하고 지원하는 것, 교원의 업무경감’을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간편한 검색으로 유치원에 대한 확고한 동의가 없이 지원하여 “교재, 영어 등”을 요구하거나 날씨에 따라 교육과정에 간섭하려는 경우를 많이 겪었습니다. 유아들의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위해서 학부모가 직접 유치원의 교육철학, 교육과정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기에 추천서 등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번거롭더라도 부모의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설명회 참석으로 직접 듣고, 보고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숲유치원’이 2019년 공립으로 처음 개원하면서 여러 차례 공청회,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명회에 대해서 충분한 공지가 있어야 공평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교육지원청의 충고를 받아들여 가정통신, 현수막, 누리집 공고를 1달 이상 진행하여 2019학년도 입학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마친 상태입니다.
b. ‘처음학교로’에 대한 전공자로서의 생각
처음학교로는 경쟁이 치열한 일부 유치원에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사료됩니다. 공립유치원은 유아들에게 출발점 평등을 제공해야 할 것이며, 사립유치원은 학부모의 교육선택권 보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접수가 오히려 정보 취약계층의 접근이 어려운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듭니다. 보호받아야 하는 유아들은 국공립이 모두 안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우선 선발만으로 모두 안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됩니다.
- 원비 입력에 대한 제안
본 유치원은 고액유치원으로 분류되어 지원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세종시의 숲유치원이 너무 많은 비용을 사용하게 되어 다른 공립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본 유치원의 교육비 자체가 조금 높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모든 유치원의 원비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외부 교재나 강사는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따로 수납하지 않으며, 특기 적성을 권장하지 않고 최소화 하여 꼭 원할 때만 신체활동 1가지 방과 후에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유아들이 납부하는 교육비가 현실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의 교육청 입력방법은 모든 유아들이 방과후, 특기적성을 수강하는 것으로 합산이 되는 방식이어서 본 유치원은 실제 납부하는 것 보다 높은 수업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계산되어 현실과 다릅니다.
유아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교육내용, 교육과정, 교육방식들로 이루어진 교육까지 당당하게 입력하며, 발달에 적합한 교육과 같이 입력 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유아 개인의 합산방식 적용과 교재비, 특기비용 등은 ‘과외’ 비용으로 입력하도록 하면 어떨지 제안 드려봅니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각 유치원의 교육과정이 고려되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상대평가하는 사회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11. 16.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