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 병원 소아정신과 문진화 교수팀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가 1년여의 기간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 동안 많은 부모님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었으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유아들은 언어 발달검사, 인지 발달검사 등을 하였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유아들을 대상으로 발달검사에 대해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부모님의 의식 수준에 따라서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유치원은 유아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족지연, 학습준비도, 성역할 인식, 창의성 등을 검사하지만 부모님들이 유아들의 우열을 가리거나 시험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아들의 지원방향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인식해 주고 계시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교육 참고자료의 하나로 받아 들여 주실 것이라고 믿었기에 연구에 참여했다.
유아기의 발달은 영아기 보다 조금 더디고 가소성이 떨어진다. 결국 인간은 태아기부터 급격한 속도로 발달하고 점차 그 속도가 감소한다. 그러니 어릴 때 받는 자극들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어릴 때 가장 중요한 신체 발달이 다른 모든 발달을 주도한다. 이 사실은 발달의 정석이며 교과서적인 정설이다. 신체발달의 중요성은 의학, 심리학, 교육학이 이견이 없다. 의학에서는 신체발달이 적절한지 늦는지 판단하는 역할을 하고, 심리학에서는 월령별 발달단계를 밝히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인지 문진화 교수님은 신체발달이 다른 발달의 ‘모터’라고 표현을 한다. 시지각, 소근육, 대근육에 의한 탐색이 어릴 때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그 이후 어떻게 보완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거기까지가 의학의 영역이니까.
교육을 해야 하는 나의 입장은 다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임을 믿고 가능한 많은 보완책을 찾고, 필요하다면 되돌아가서 기다려 주어야 한다. 어쨌든 부족함을 알고 변화와 노력으로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생이 되어서 학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학생들도 소근육을 자유롭게 사용해서 글씨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그 다음이 수월하다는 것을 새롭게 느꼈다. 발달이 조금 부족한 영역이 발견되었다면 어떤 노력을 부모님과 교사가 해주어야 하는지 계획을 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민이 되는 것이 있다면 교육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상의해야 발전이 가능하다.
문진화 교수님의 배경은 의학이고 나의 배경은 교육이지만 “24개월 이전에 많이 움직이고, 최대한 많은 사물을 접하고, 많이 만지고, 냄새 맡고 하는 것이 유아들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것에 열렬히 공감했다. 우리 유치원에 오는 유아들은 이미 36개월 이상을 발달하고 입학하게 된다. 의학적으로는 아쉽고 조금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기이다. 그러나 가소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만 8세 이전에 최선을 다해서 뇌의 용량 넓히기에 매진해야 한다. 소근육의 힘이 약하다면 철봉, 나무타기, 젓가락질, 진하게 색칠하기 등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억지로 운동을 시키면 이 또한 지식 채우기가 될 수 있으므로 자발적으로 놀도록 배려해야 한다.
우리 유치원 유아들은 자연스럽게 빠른 대근육 발달을 보일 것이므로 큰 걱정이 없다. 이런 신체활동은 창의성, 자존감, 문제해결력을 담을 수 있는 뇌의 용량을 키워준다.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공부를 잘하는 영역도 신체발달의 도움으로 발전한다. 아이비리그 학교들이 자기소개서에 운동과 산체발달에 대한 내용을 요구하는 것은 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오늘 경향신문에서 기자가 다녀갔다. 그 기자는 핀란드, 스웨덴, 독일, 아이슬란드에 신체활동에 대한 취재를 했다고 하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아서 우리 유치원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본인이 다닌 외국 유치원이나 학교는 신체활동을 정말 많이 하고 있었고, 진짜 추운 날씨에도 유아들이 나가 놀았다고 한다. 기자는 체육, 스포츠전문기자로 20년을 일하면서 신체발달이 뇌 용량을 넓혀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24개월 이전에 신체활동과 바깥놀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유럽의 국가와 전혀 다른 보육교사의 태도와 자질이 최우선 문제구요. 유치원에서라도 해주어야 하는데 아직 형태도 잡히지 않은 작은 뇌에 무엇인가 넣으려고만 하는 유아기 교육이 그 다음 문제구요. 초등학교 1, 2학년은 아예 신체활동이나 체육이 교육과정에서 빠져있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나라 걱정되지요. 그래서 기획기사로 써 보려고 합니다” 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치원을 떠나면서 “여기 유아들이 성인이 되어서 틀림없이 이 나라를 책임지고 있을 겁니다. 그 때 뿌듯하시겠어요” 라고 해주었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나라를 책임질 수 있도록 뇌의 용량을 최대한 키워주고 나중에 많이 담아도 넘치지 않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11. 29.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