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발견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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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오늘은 여름이의 수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놀이에서 스스로 규칙 혹은 불규칙함을 발견해내면 이는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는 기쁨과 맞먹는 지적 성취감을 갖는다. 이런 지적 기쁨을 경험하면서 앞으로도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발견해 내려고 하는 관성을 갖게 된다

여름: 선생님 오늘은 모음 ‘a’가 사라져 버렸네요?

선생님: 어? 여름아!! 벌써 발견했어요?

여름: 네!! 그럼 조금 있다가 ‘a’ 붙이면 되겠다!!!

다문화 손종이를 보고 모음 ‘a’가 빠져있는 것을 여름이가 발견하고 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이야기한다(물론 선생님이 의도적으로 쓰지 않은 것임). 매일 1분 정도 영어 단어와 핵심어를 연결 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섬세한 관찰력이다. 선생님이 이상하게 빠뜨리고 제시한 놀이종이를 발견해 내고 큰 기쁨을 얻는다. 여름이는 선생님이 틀린 것을 찾아냈고, 함께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신이 났다.

여름이의 담임선생님은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놀이의 중요함을 느끼며 뿌듯하다. 늘 힘든 과정이지만 이런 작은 일들이 교직수행의 원동력이다. 스스로 발견하는 놀이는 최고의 수업이다. 늘 조금씩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우면서 자신만의 요령을 터득한다. 집에 장남감이 꽉 차있고, 장난감으로만 놀이하는 것은 유아들의 도전을 방해하고 아무 아이디어를 내지 않게 만든다.

몬테소리 교구에 있는 분홍탑 보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밀폐용기를 가지고 노는 것이 훨씬 재밌다. 왜 그럴까? 여름이는 부족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실제 생활과 관련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여름이에게 좋은 수업은 무엇일까? 남이 만들어 놓은 과제나 문제를 푸는 것 보다 내가 문제를 만들 수 있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다.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수업은 최악의 수업이다. 그 보다 조금 나은 수업은 관심이 있는 내용을 들어서 암기하는 수업이다. 가장 바람직한 수업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참여해서 문제를 찾아내고 스스로 해결하는 수업이다.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심거리를 만드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여름이가 거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지금 유치원에서 쉽게 관찰 할 수 있는 거미가 핵심어이기 때문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다. 거미를 통해서 이전에 했던 개미와 비교하여 곤충의 특징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도 할 수 있다. 우리 유치원처럼 매일 밖에 나가서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개미나 거미 등의 주제를 다루면 집중이 어렵다. 교사가 아무리 주의를 끌려고 해도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어렵다.

그저 관찰하고 비교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은 좋은 수업에서 약간 모자람이 있다. 여름이가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참여하는 활동들로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여름이는 거미 노래, 거미 동시, 거미 동화, 거미 만들기, 거미 관찰하기, 거미 그리기, 거미 퍼즐, 거미 영어, 등 많은 활동을 통해서 거미와 친해지고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거미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여할 지식과 질문이 많이 생긴다. 참여하는 이야기 나누기로 정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해가 되면서 같은 주제라도 더 깊이, 더 재밌는 활동으로 만들어 간다. 문제를 푸는 사람과 문제를 내는 사람 중 누가 더 많은 사고의 과정을 겪을까? 문제를 내는 사람이다. 여름이는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면서 지식을 구성해 간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9. 05. 02.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