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사가 맞춤형 수업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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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교육부 장관이 없다. 있으나 마나 한 장관까지 따지면 벌써 몇 년째 표류하고 있는 교육부는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코로나 정국에서 무조건 휴교하고 안전을 보장한다는 식의 태도에 기가 막혔다. 코로나 상황에서 어느 나라든 그렇게 대처한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모두 같은 생각과 태도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현재의 팬데믹도 심각한 문제지만 교육의 결손이 이후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임을 매우 우려하는 분위기인 나라들도 많았다. 나는 교육부는 적어도 모든 상황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우선시하고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 학부모, 교사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재 교육계의 모든 정책은 교사와 학부모 위주로 맞추어져 있다. 거기에 교육행정의 편의성과 생색내기로 일관하고 있다. 급식은 왜 하는가, 학생들을 위해서 하는가? 아니다. 부모들의 편의와 자신의 표심 때문에 만들어졌다. 교육적이지 않은 급식을 하면서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면 안 된다.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한 학급의 학생들은 실력이 모두 다른데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한 교실에 앉아있어야 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 학생과, 다 아는 이야기를 또 들어야 하는 학생의 입장은 하나도 배려하지 않는 교육 형태이다. 학교 수업의 실효성이 높은 학생들은 10%도 되지 않는다.

드디어 교육부 장관이 지명되었다. 내 귀를 의심했지만, 기정사실인 듯하다. 인사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기사 바탕으로 정리하면 “이미 했던 사람이라 낡은 사고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자사고, 특목고, 마에스터 고 등 고교 다양화)는 오히려 양극화를 가져왔다.” 등의 비판적인 의견이다. 일부 기사는 교육부 장관이 바뀌어도 교육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작은 기대를 바란다.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정부조직법은 50여 차례 바뀌었지만, 교육부는 늘 통제와 독선이다. 높은 교육열을 이용해서 일률적인 입시 정책으로 교육부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인정하고 평가에 반영하고 싶지만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고, 전공별로 모두 지원하고 싶지만 반도체 인력은 부족하고 이런 딜레마가 가득하다. 쉽게 한 방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부디 작은 규제와 간접적인 통제부터 차근차근 풀기 바란다.”라는 의견이다.

장관 후보가 저술한 ‘AI 교육혁명’ 이라는 책을 주문하려 보았더니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었다. 대단한 민족이다. 내가 장관 후보의 생각을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해서는 안 되겠고, AI 교사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제 교사들이 없어도 된다는 이야기인지 어느 기사의 인터뷰 내용처럼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 교습을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건 하나 마나 한 흰소리입니다. 이는 기껏해야 EBS 인터넷 강의에다 학업 상담과 같은 ‘+α’를 제공해 학습을 돕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교육격차는 경제적 양극화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런 것은 실효성이 없습니다”처럼 공염불인지 확인해야 했다.

책을 구입하고 훑어보았다. 너무나 갈 길이 멀어 보여서 정말 갈 수 있는 것인지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교육의 기본을 이해는 하고 있었다. 모두의 능력이 다르므로 AI가 각각의 능력에 맞는 설명과 과제를 주고 교사들은 인성과 진로에 대해서 끌어주면 된다는 논리였다. AI가 불필요한 행정업무경감 등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대로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교육환경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고교 학점은행제를 시행해서 각각의 진로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요건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환경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런 환경을 활용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동기와 의지가 있어야 학생들에게 실효성이 있다. 유아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동기와 의지이다. 어떻게 해야 유아기 때부터 동기와 의지가 확실하게 형성되는지 선행연구와 나의 연구들을 통해서 얻어낸 지금까지의 결과는 유아기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지, 끈기, 지속력을 유아들의 연구에서는 만족 지연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이와 함께 스스로 학업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아는 것을 스스로 들여다보면서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만족지연과 메타 인지 능력을 갖지 못한 학생들이 AI가 하는 설명을 듣고 자신의 학력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코로나 시국에 뚝 떨어진 학력이 증명해 준다. AI가 맞춤형 수업을 하는 좋은 날이 오건 그렇지 못하건 스스로 발전하는 사람으로 키우려면 자극적인 놀이나 주입식 교육은 절대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10. 07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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