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성숲유치원이 경기도 교육청으로 국내 유일의 IB PYP 후보 유치원이 되었음을 알리고, IB 비용 지원을 요청해 보았다. 현재 교육감은 공약으로 200개 학교를 IB 학교로 등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모두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나의 기대와 달랐다. ‘유치원은 지원 대상이 아니며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라고 했다. IB 담당 장학사가 유아교육 담당 장학사에게 확인했다는 그다음 답변이 너무 불쾌했다. “유치원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인 개정 누리과정은 IB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방법적인 부분들이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담당 장학사에게 직접 전화하여 유치원은 어디든지 IB 교육에 적합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것은 아니지만 누리과정만 하면 IB 교육은 필요 없다고 답변을 했다. 이것이 교육청의 공식 입장이냐고 하니 장학사 본인의 생각이라고 했다.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라고 이야기하고 통화를 종료했지만, 정책을 실천해야 하는 장학사의 생각이 현실을 보지 않고 교육과정 속의 단편적인 내용만 보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교육과정은 학자들이 개입하여 현재의 연구 동향이 반영되고, IB 교육에서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유치원의 교육이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누리과정에서 이야기하는 발달영역을 교과서가 분화되듯이 해석하고 교재, 강사의 교육이 허용되면서 본래의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가도록 부추기고 있다.
IB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내면에서 꺼내지는 자발적 교육’이 되도록 하루를 구성하는 교육이 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 장학사는 IB 교육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그런 이야기를 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를 계기로 IB에서 제시하는 교육의 이모저모를 조금씩 소개해 보고자 한다. IB 교육에 지원서를 내게 된 계기도 그동안 내가 고수하고 지켰던 교육을 그대로 제출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같은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집단이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다. IB 교육은 종합학원처럼 운영하는 보여주기식의 교육에 현혹당하지 않고 석성숲유치원을 선택한 부모님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긍심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유치원을 개원할 때부터 세계 최고 유치원이라고 홍보를 했고 교사들과 나도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근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IB 유치원 후보 등록과정이 수월한 것이 우리의 자긍심을 뒷받침해 주어서 매우 기쁘고 좋았다. IB는 세계 표준적으로 대학을 가기 위한 점수를 얻는 하나의 경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작되었지만, 토론과 논술, 연구역량이 단 2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3세부터 교육과정을 만든 것이다. 그만큼 3세부터의 교육이 이후의 역량을 좌우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IB에서 요구하는 교사상을 서술해 보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식되고 있는 교사상과 비교해 보면 IB 교육의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첫째, 교사는 학습자와 함께 공부하는 동료학습자의 자질을 가져야 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탐구 경험이 과목별로 분절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탐구로 이루어지도록 학생들을 지원하고 아이디어와 질문을 만들어 내도록 교사 자신이 학습을 즐기는 학습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교사는 학습자이면서 탐구를 총괄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학습자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학생과 교사가 하나의 관심사에 몰일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주어진 교재나 교육과정 진도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교사는 늘 비판적 사고해야 하며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셋째, 교사는 놀이, 문제해결학습, 협력에 기반한 탐구학습이 가능하고 촉진되도록 환경을 만드는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교육 활동이 촉진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학생들에 대한 검사, 관찰, 기록 등으로 학생들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는 평가자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이상의 교사상이 석성숲유치원에 최적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로 모를 수도 있는 늘 새로운 자연을 접하며 함께 공부하고 알아간다. 유아들이 활동을 이어가도록 리더학습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학습 촉진자가 되기 위해서 석성숲유치원의 유아들을 이해하기 위한 검사과 관찰을 꾸준히 이어간다. 이는 놀이를 마음대로 내버려 두는 방치에 가까운 잘못된 교육과정의 해석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현재 유치원교육과정과 가장 다른 점이다. 놀이를 교사가 촉진해 주지 않으면 문제해결학습, 협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늘 새롭게 공부해야 하고 작년에 했던 교육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역동적인 교사만이 IB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08. 16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