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학습자상과 부모의 학습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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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나는 부모들이 “믿는다. 존경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어느 순간 부모의 상식과 나의 전문성이 충돌하면 그런 부모들은 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배신감을 느낀다.” “실망했다”로 돌변한다. 이럴 때 IB와 함께하는 것이 부모의 이해를 돕기에 도움이 된다. 전에 설명했듯이 IB가 원하는 학습자 상은 나의 생각뿐만 아니라 세계 학자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IB가 원하는 학습자 상은 교육연구의 발전에 따라서 바뀌어 갈 수도 있지만 지금 시대, 지금 세계가 원하는 인간상은 현재의 전문가 집단이 동의하는 내용이다.

내가 고민하는 내용 중 하나는 예쁜 옷 뽐내는 날을 자랑하는 어린이집 원장처럼 구시대의 의식에 머무르고 있는 어른들이 IB가 원하는 학습자 상에 맞게 미래를 살아갈 학습자를 양성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굳어진 의식이 바뀌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쌓일수록 더 어렵다. 문제는 부모와 교육자의 의식이 자녀에게 전달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IB가 원하는 학습자 상 중에서 부모의 의식이 우려되는 부분은 특히 Open-minded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나 역시도 알게 모르게 편견과 편향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때가 있다. 편견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래서 이전 시대의 사람들이 늘 깨어서 공부하지 않으면 현재에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정의, 인권 등은 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특징을 갖는다. 어떤 때는 용납되었던 생각이 어떤 때는 뭇매를 맞는 생각이 된다. 선각자, 선구자는 이런 생각들이 앞서 있었던 사람이니 매우 어려운 생각을 해낸 것이다. 가끔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도층의 말 한마디가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한다. 어린 시절, 학생 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지금은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은 어딘가에서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서 문제를 만든다. 아래 내용은 「나쁜 교육」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 전의 상황은 소수인종의 학생들이 불평등을 개선하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올리비아 안녕하세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느껴지네요. 언제 한 번 이런 문제들을 가지고 나와 이야기할 시간을 갖지 않겠어요? 저나 직원들에게는 이런 문제들이 중요하고, 우리 학생처장실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특히 우리 학교의 틀에 잘 안 맞는 학생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늘 애쓰고 있으니까요. 올리비아 당신과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잘 지내기를, 학생처장 스펠먼 』

스펠먼 처장의 이 이메일을 읽고 그는 잔인한가? 아니면 친절한가? 책에서 질문하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고, 처장의 마음이 느껴졌는지 점검해 보면 좋겠다. 처장의 마음은 이미 백인학교의 틀을 가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런 상황이면 아무리 대화하고 만나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성인들이 무심코 내뱉은 “쟤 예쁘네.”라는 한 마디가 유아들의 마음에 새겨질 수도 있다. 스스로 저렇게 해야 예쁘다는 것을 실천하고 싶다거나 그보다 못한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인식이 아니다. 오히려 유아기까지는 부정적인 행동을 향해서 무엇이 나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 이야기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저 학생들은 저렇게 스마트폰만 보다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되겠다.” 또는 “저렇게 무단 횡단을 하는 것은 최소한의 규칙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서 다른 원칙도 지키기 어렵겠다.”라는 식의 행동 평가는 편향된 사고가 아니라 원칙과 가치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여자다움, 남자다움이 강조된다면 한 사람의 건강한 자기 발전에 있어서 반쪽만 사용하는 것과 같다. 공자가 강조한 ‘~답다’의 의미를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다움, 학생다움, 부모다움 등 반 편견적이고 구체적인 틀로 보아야 한다. 여자다움,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것과 성 정체성은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이다. 모두 제3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나의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영역은 “여자니까 예쁘게 입고 얌전하게 굴어야 해”. “남자는 씩씩해야지 울면 안 돼” 등의 논리를 절대 가르치지 말자는 것이다. 사실 2차 성징 전까지는 여아들이 평균적으로 신체 발달도 빠르고 힘도 밀리지 않는다. 동등할 수 있는 상황을 여자 남자로 묶어 놓고 한쪽 날개만 펼치도록 하면 사고의 힘도 편향될 수 밖에 없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 매사에 편견 없는 마음을 갖도록 하려면 유아기부터 학령기까지 부모의 사고와 언어가 편견이 없어야 한다. 늘 강조해 오던 내용이지만 Open-minded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 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 스스로 돌아보고 바뀔 부분은 사고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12. 12.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