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2021년 10월 29일 조사에 따르면 COVID-19가 학습 빈곤의 기준인 비문해 10세 아동 비율을 높였다.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는 약 70%까지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원격학습 노력을 했으나 장기간의 휴교로 인한 학습과정의 결과는 심각하다.”고 세계은행(World Bank Group)이 발표했다. OECD, UNESCO와 세계은행(World Bank Group)이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교육이 경제와 밀접한 상관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기구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인류애적인 순수한 의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발표의 내용이 더 믿을 만하다. 정확한 경제 분석을 위해서 교육 통계도 정확할 것이다.
세계은행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학습 빈곤이 17% 포인트 증가했으며, 이는 올해 초 발표된 10% 추정치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팬데믹 이전에 세계의 학습 빈곤율은 53%였으며 63%로 악화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는 70% 이상으로 더 심각하다. 비단 저소득층이나 가난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개인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의 주장이다. 그는 “팬데믹은 인간의 생존기억에 가장 큰 손실을 입히고 한 세기 만에 최악의 교육위기를 초래했다. 특히 초등 아동과 유아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결과가 심각하다. 이전의 팬데믹에서도 학습결손의 결과는 수십 년 동안 영향을 미쳤고 특히 소녀들에게 더 큰 불평등을 낳았다.”라고 하였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브라질의 상파울루 3학년이던 아동이 휴교 1년 반 만에 복학했을 때 5학년의 수준이어야 하지만 그대로 3학년 수준이었다고 연구결과를 밝혔다. 남아프리카의 웨스턴 케이프와 인도의 카르나타카에서도 유사한 학습 손실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러한 손실을 복구하지 못하면 이 어린이 세대의 평생 소득이 10% 감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학습에 대한 전염병의 영향은 초등학생과 유아에게 가장 치명적이므로 국가는 도덕적, 경제적으로 필히 대응해야 한다.”고 세계은행의 인적자원부에서 권고했다. 나는 일개 교육학자일 뿐이지만 이전 팬데믹 세대(스페인독감)의 학력, 수입이 뚝 떨어졌다는 연구들을 통해서 이번에는 그보다 더 심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 세기 전의 2년간 지식격차보다 현재의 2년간 지식격차가 훨씬 클 것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하버드대학 심리학과의 스티븐 핑거(Steven Pinker)교수는 2018년 발표한 논문을 기반으로 ‘지금 다시 계몽-이성, 과학, 인간중심 그리고 진보를 말한다(Enlightenment mon the case for Reason, Science, Humaism and progress)는 저서에서 이 세상을 바꾸어 가고 진보해 가는 힘은 이성, 과학, 인간중심(Reason, Science, Humaism) 이라고 했다. 나는 매우 공감한다. 이 말은 맬페스 총재가 가장 타격을 입는 계층을 소녀라고 지칭한 이유도 설명해 준다. 소녀는 이 사회의 가장 약자이다. 여성이 참정권을 가지게 된 것이 불과 한 세기도 되지 않았으며, 아동들의 인권은 아직도 위태로운 현실이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어린 여성은 늘 가장 먼저, 가장 많은 피해를 입기마련이다.
모두가 여성, 아동이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에 지금은 여성과 아동을 보호하는 것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더라도 이성의 힘으로 법이 바뀌고, 사회가 달라지고, 과학적인 검증을 존중하는 것이니 이를 빨리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국가와 사회가 팬데믹 이후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준비가 되었을까? 얼마 전 모 교육청 장학관을 만났다. 장학관은 장학사를 지원하는 자리이니 교육일선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분이 “놀이중심이라고 해서 매일 놀기만 하니 안 되겠어. 교육과정 바꿔서 공립이든 사립이든 강사 불러다 시키는 시대가 되어야 해. 교사도 좀 편해지고.”라는 것이다. 정말 깜짝 놀랐다. 세계의 석학들이 말하는 유아기 놀이에 대한 지식은 전무 한 듯 아무 근거 없는 미신에 사로잡혀있었다. 인문과학, 자연과학에서 이미 밝힌 놀이의 가치를 거부하였다. 마지막 더 놀라운 것은 교육과정과 교육의 정책에 유아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없었다. 이처럼 놀이로 학습을 할 수 없는 수준의 교육자는 스티븐 핑거교수의 연구결과에 비추어서 비이성적, 비과학적, 유아에게 반 인권적인 미신에 사로잡힌 수구파이다. 장학관이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교육은 미래가 없다. 장학사, 장학관 이상의 직급에서 이런 미신적 사고를 하는 유일한 사람을 내가 만난 것일까? 정신 바짝 차리고 적어도 내가 책임지는 학생들은 팬데믹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지난 1년은 결석이 많았던 유아들의 결손을 채우기 위해서 다른 해와는 다르게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생각했던 한 해였는데 앞으로도 2년쯤은 더 그래야 할 듯하다. 팬데믹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입학을 할 때까지는 그 영향이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과 과학에 기반한 학생중심의 교육을 위해서 깨어있어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11. 16.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