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의 초학문적 주제인 ‘행성 공유하기(Sharing the Planet)’를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자원, 생태계, 지속가능성과 같은 개념을 넓게 바라보고, 인간의 행동이 지구를 넘어 행성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한편으로는 ‘유아들에게 이렇게 거창하게 할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마음 한구석에 남았다.
수업을 다듬으며 학생들에게 플라스틱을 줄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이 돌아왔다. ‘그 말을 하는 나는 과연 얼마나 당당한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고민 없이 물건을 사고, 쓰고, 버리는 사회에서 그나마 교사이기 때문에 조금씩 고쳐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치원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고 손님들도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비치했으며, 가능한 휴지 사용을 줄이고 걸레와 수건 사용을 일상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버렸다’라고 생각한 물건들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내 눈앞에서만 치워졌을 뿐,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누군가의 환경이 되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었다.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치기 위해 자료를 찾을수록, 역설적이게도 교사인 내가 먼저 점점 마음 편히 일상을 누릴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환경교육을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을 올바르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단순하고 편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짜 출발점은 학생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교사인 나의 삶을 먼저 돌아보고, 내 안의 관점부터 바꾸는 데 있었다.
나는 학생들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나와 유치원 전체의 소비 습관부터 다시 관찰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대하는 질문의 방향부터 달라졌다. “어떤 방법이 가장 편리할까?”보다는 “이 물건을 진짜 꼭 써야 할까? 조금 불편하더라도 쓰지 않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로 바뀌었다. 거창한 지구 구하기가 아니었다. 비닐 하나를 쓰기 전에 멈칫하고, 새것을 사기 전에 내가 가진 구석을 뒤적이고, 편리함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그 물건의 ‘그다음’을 생각해보는 일이었다. 교사인 내가 먼저 ‘덜 사고, 덜 쓰고, 다시 쓰는’ 삶의 불편함을 기꺼이 고민하게 되었다.
이 관점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수업의 결뿐만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적 일상을 바꾸었다. 플라스틱이 어디서 온 것인지, 버려진 후 어디로 흘러가 생태계와 연결되는지 학생들과 함께 탐구했다. 그리고 수업의 끝에는 항상 나를 성장시켰던 그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여전히 나는 완벽한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때로는 편리함과 타협하고,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고 버리지 않는다. 위생팩 하나, 비닐장갑 하나도 생각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하자 쓰레기의 양이 현저히 줄었다.
자신이 먹는 양을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100리터 봉지에서 5리터 봉지로 줄고,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는 100리터 봉지에서 20리터 봉지로, 비닐 쓰레기 역시 100리터 봉지에서 20리터 봉지로 눈에 보이게 줄었다. 일반 쓰레기봉투 사용은 일주일에 150리터 봉지에서 20리터 봉지로 줄었다. 휴지 사용도 이전의 30%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폐기되는 것만을 줄인 것은 아니다. 코팅하면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재활용조차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습관을 버리지 못했었는데, 유아들의 생일카드를 두꺼운 종이로 대체하여 코팅하지 않기로 했다. 가능한 비닐 테이프를 자제하고 종이테이프를 사용해 보기로 했으며, 앞으로도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고쳐보기로 했다. 모두 함께 노력하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 느끼며, 늘 새롭게 생각하고 성찰하는 학습자상, 새로움에 도전하는 학습자상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행성 공유하기’를 진행해가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배움은 환경 지식이 아니었다. 학생들을 변화시키려 시작한 수업이, 결국 교사인 나 자신의 관점과 기관 운영 전반을 먼저 변화시켰다는 사실이다. 행성을 공유한다는 것은 어쩌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 내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바라보는 나의 작은 관점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해 보겠다는 의지와 도전이 바로 IB의 의도일 것이다. 단지 이 하나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해 나갈 우리 기관 모두의 공동체적 변화를 기대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6.08. 20.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