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우리 유치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형님들의 과학과 역사, 사회를 주제로 발표하는 자리가 있다. 5분에서 10분 남짓 이어지는 발표를 유치원을 갓 졸업한 어린이들도 함께 듣는다. 이온화, 원소, 분자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쏟아진다. 당연히 그 의미를 다 알 리 없다. 그러나 나는 어린이들에게 “무슨 말인지 몰라도 좋으니, 내가 처음 들어본 단어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들어보고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한다. 낯선 지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인지하고 질문할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한 어린이가 묻는다. “이온이 뭐예요?” 나는 곧바로 사전적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대신 “여러분의 이름이 소중하듯, 이 세상 만물에도 다 이름이 있어요. 이름을 먼저 익혀주면 이 친구들을 이해하기가 훨씬 좋지요”라고 답하며 주기율표를 펼쳐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발생한다. 나는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소 기호를 단순히 외우게 하거나, 주기와 족의 법칙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자, 여기 적힌 표를 가만히 관찰해보고, 무언가 이상하거나 궁금한 점을 발견하도록 하세요. 내일까지 충분히 시간을 줄 테니 시간 날 때마다 보면서 이상한 점이나 신기한 규칙을 발견해서 질문하세요.”
침묵 속에서 어린이들의 눈동자가 표 위를 분주히 구가한다. 다음 날 질문을 받기 시작하자, “왜 1번에서 20번까지는 저렇게 써놓고 3족에서 12족까지는 비어있어요? 왜 2족 다음에 바로 13족이에요?” 내가 기다리던 순간이다. “그렇죠? 이제 그 답을 해 줄 수 있는 형님을 찾아서 답을 꼭 알아내세요. 간식 먹고 모두에게 설명해주어야 해요.” 간식 이후 그 학생은 정확하게 형님들과 토론을 하고 답을 알아와서 이야기해주었다. 비록 150여 년 전 멘델레예프가 발견한 주기율표라 할지라도, 이 순간 질문을 던진 어린이는 인류의 위대한 발견을 자신의 교실에서 스스로 재현해 내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깊이 있는 토론을 한 형님들에게는 저마다 다른 수준의 도전이 생긴다. 전자껍질에 대한 규칙과 주기를 발견했다고 좋아하는 학생, 오비탈 등의 개념까지 질문하고 토론을 하는 학생 등 각각의 수준으로 학습을 이어간다.
다른 날 산과 염기에 대한 설명을 5분 정도 들은 후 질문을 받았다. “리트머스종이가 뭐예요? 어떻게 생겼어요?” 여러 번 설명을 듣고 지시약을 사용해 본 학생들도 있지만 처음 듣는 학생들은 그 용어 자체가 생소한 것이다. 바로 푸른색과 붉은색 리트머스 종이를 준비하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연산 수용액과 과탄산나트륨 수용액을 활용해 산성과 염기성을 확인해 보았다. 지시약이나 리트머스라는 용어조차 생소할 법한 어린이들에게 이 실험은 그저 신기한 색깔 놀이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처음 보는 학생들은 직접 종이를 담그며 변하는 색깔에 “와!” 하는 함성을 터뜨렸다. 구연산에 닿아 붉게 변하는 푸른 종이를 보며 학생들의 눈은 반짝였다. 한 어린이가 손을 들고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졌다. (다음 글에 이어서)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6.04. 01. 교육이야기
